< 난설헌 (蘭雪軒)>
습했던 것은 이내 메말라지고
가벼운 것은 차츰 무거워지네
꽃에게서 향기를, 바다에서 파도를
나에게서 임의 이름을 떼어놓지 못하네
소란한 대기 아래 산개한 눈설레
범람에 지친 강이 바다로 향하네
들판아 펼쳐 져라, 산도 바위도 일어서라
골짜기로 굽이쳐 강물도 들이쳐라
임은 아실까 저 숲새의 둥지가
제 가슴에서 뽑은 깃털로 엮인 것을
얼어버린 듯하다 터져 번지는
눈서리 그 속에 핀 꽃
내가 바라는 건 닿을 수 없는 꿈
내가 부르는 건 들리지 않는 노래
내가 원하는 건 천 번의 입맞춤이 아니라
나로서 나인 것뿐이외다
누구의 무엇이 아니라
어런더런 안채에서 요란 피우던 나비 둘
물빛 푸르러지더라도 돌아오지를 못하네
황금 비녀 꽂아봐도 꽃술 저고리 걸쳐도
향불 연기만 자욱하고 거울 속 난새 신세라
거울 속 난새 신세라
임은 아실까 저 숲새의 둥지가
제 가슴에서 뽑은 깃털로 엮인 것을
얼어버린 듯 하다 터져 번지는
눈서리 그 속에 핀 꽃
내가 토하는 건 참을 수 없는 숨
내가 키우는 건 여물지 않는 열매
내가 원하는 건 천 번의 입맞춤이 아니라
나로서 나인 것뿐이외다
누구의 무엇이
아니라 아니라
나로서 그저 나임을
아니라 아니라
나로서 그저 나임을
오늘 연꽃이 서리를 맞아
붉게 떨어졌노라
[ 日本語訳 ]
潤っていたものは直に乾涸らび
軽やかなものは次第に重くなりゆく
花々から香気を、海から波濤を
私からあの方の名を引き離すことはできない
擾乱する大気に散らされた猛吹雪
氾濫に疲弊した川は海に向かう
草原よ、広がりゆけ 山よ、岩よ、立ち上がれ
谷間をうねる川の流れも打ちつけよ
あの方はご存じだろうか、あの森の鳥の巣が
自らの胸から抜いた羽で編まれていることを
凍りついても弾け広がる
霜雪、その中に咲きし花
私が望むのは辿り着けない夢
私が歌うのは聞こえない歌
私が願うのは千度の口づけなどでなく
ただ私が私としてあることなり
ほかの誰かの何かではなく
賑々しく中庭をはしゃぎ舞っていた蝶二頭
水の色が青くなっても戻っては来られない
黄金の簪を挿しても花飾のチョゴリを纏っても
香煙の立ちこめる 鏡の中の鸞の身なり
鏡の中の鸞の身なり
あの方はご存じだろうか、あの森の鳥の巣が
自らの胸から抜いた羽で編まれていることを
凍りついても弾け広がる
霜雪、その中に咲きし花
私が吐くのは堪えきれぬ息
私が育むのは熟すことのない果実
私が願うのは千度の口づけなどでなく
ただ私が私としてあることなり
ほかの誰かの何かではなく
何かではなく
私がただ私としてあること
誰かの何かではなく
私がただ私としてあること
今宵、蓮の花が霜に凍え
紅に落ちにけり
『난설헌 (蘭雪軒)』
당신 안에서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리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시화가 터져 나옵니다. 그 열망의 원천은 씨앗 같은 당신의 심부와 그 안을 휘몰아치는 근원에서부터 발화합니다. 아득히 먼 옛날의 노래를 현재로 데려와 꽃피웁니다. 봉오리에 머금은 향기가 터트려질 때 대기도 시간도 함께 물이 듭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던 시절에도 '원한다'는 감각 자체가 당신을 살아있게 하였습니다. 사회의 직간접적인 강제나 세상이 원하는 모습에 당신은 도저히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기꺼이 따른 이유는, 당신이 삶을 사랑에 근거하였기 때문입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꽃을 피우는 한란寒蘭의 성정을 당신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떠났습니다. 당신은 살아있지만 곧 살아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로써 당신 일생의 유일한 벗이었던 예술이, 가장 최후에 당신에게서 분리되며 떠날 시간이 다가왔음을 예감합니다. 생은 서리를 맞은 연꽃처럼 붉게 떨어졌으나, 당신은 영원히 지지 않을 이름을 피웠습니다. 우리는 당신 노래의 그림자에서 눈 속에 피어나는 난꽃의 향기를, 부드럽게 일깨워진 감각의 잔향 속에서 아득히 먼 과거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당신과 우리의 희원希願이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은 달라졌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도 그 시대의 당신과 같습니다.
오직 '나로서 나인 것'뿐. 누구의 무엇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초희에게,
난설헌의 생애를 빌려
쓰고 부르다.
심규선
📝 난설헌 작업기
환상소곡집 op.3를 작업하며 저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10곡의 노래들은 모두 다른 세계관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야기 안에 있을 때 현실의 고뇌나 정서적 마비에서 멋지게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쓰고 부른 나와, 이 노래들을 함께 완성해 주신 모든 음악가들 -특히 Producer. 박현중 @dingmusiq- 은 앞으로 들려드릴 음악들로 하여금 당신을 적잖이 놀라게 해드릴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이야기 속의 세계를 널리 항해하고 가장 깊숙한 곳까지 모험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노래들을 한 번에 날려 보내지 않고 원석을 세공하듯 섬세하게 가공하여, 일 년 내내 한 곡씩 한 곡씩 그 열 손가락 모두에 끼워 드릴 작정입니다.
난설헌의 목소리로 노래하되, 동시에 세상의 모든 난설헌에게 이 노래를 보내고자 했습니다.
써야 했지만 쓰지 못한 시와, 불러야 했지만 부르지 못한 노래의 무게를 아는 모든 이들을 향한 이야기입니다. '나로서 나'가 된다는 것, '스스로 자신이 된다'는 꿈은 한 인간의 생애 전부를 내어주어도 가닿기 어려운 이상, 혹은 환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우리가 그것을 이미 이루고도 깨닫지 못하거나, 어째서 그런 것을 원해야 하는지조차 잊고 살기도 한다는 점에서 마음 속 수면 위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실존했던 인물의 삶을 남겨진 사료와 그 작품을 통해 연구하며 노래로 쓰는 일은 제게도 최초의 경험이었습니다. 초안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 노래가 탐미적 대상화나 단순 위로의 목적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상술했듯 이 예술가가 과거의 어느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현재의 우리처럼 말이에요. 미래의 어떤 창작가가 자신의 수단을 통해 나의 생애를 작품화 한다면 그가 나에게 보여주기 원하는 수준의 예의를 나도 그녀에게 충분히 표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난설헌이 남긴 예술과 차마 설명되지 못한 그녀 생애의 이른 끝맺음에 대한 변론이 되어야 한다는 접근과 미력한 해석 의도도 있었습니다.
결국 난설헌이 남긴 목소리의 반향으로써 제가 대신 전하고자 하는 것은 억눌린 시대적 배경과 그의 비극적인 생애 전반에 대한 연민이 아닙니다. 눈 속에서도 꽃눈을 틔우고야 마는 한란寒蘭의 성정이, 나를 통해 당신에게 발향하기를 바랐습니다.
환상소곡집 op.3를 펼치는 첫 곡으로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계절의 변화와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결국은 잃어버리고 말 그 찬란하고 짧은 한때에 대한 헌사이기도 합니다. 마침 새벽녘에는 초겨울 같은 추위가, 한낮에는 늦여름 같은 더위가 서로 밀고 당기며 싸우는 듯합니다. 눈이 시릴 만큼 청명한 하늘 아래 감돌던 스산함과 음표처럼 낙하하던 붉은 너울짐의 춤을 노래 속에나마 옅게 새겨둘 수 있길 바라며. 계절과 계절의 틈에서.
- 9. 25
대신 노래하는 사람,
심규선
[ 日本語訳 ]
あなたの中から、書かずにはおられない、そうせずにはおられない詩話が溢れ出てきます。その熱望の源泉は、種のようなあなたの深部とそのなかに吹きつける根源においてまず発話します。遙か遠い昔の歌を現在に呼び起こして開花させます。蕾に秘められた香気が放たれるとき、空気も時間もともにその色に染まります。
何を願っているのか、まだ分からなかった時代にも「願う」という感覚自体があなたを生かしていました。社会の直接あるいは間接的な強制や世の中が求める姿にあなたは迎合しませんでした。それでも、敢えて従った理由は、あなたが生が愛に根ざしていたからです。陽の光も当たらないところでも、花を咲かせる寒蘭の成長をあなたはずっと前から知っていたからです。
皆が去ってゆきました。あなたは生きていますが、すぐに生きていないことを理解するようになります。それによって、あなたの人生の唯一の友であった芸術が最後にあなたから分かたれ、去るべき時間が近づいたことを予感させます。生は霜を浴びた蓮のように紅に落ちていきましたが、あなたは永遠に枯れない名前を咲かせました。私たちは、あなたの歌の影から雪の中に咲く蘭の花の香気を、柔らかく呼び起こされる感覚の残香の中で遙かに遠い過去の声を記憶します。あなたと私たちの願いは異なりません。世の中は変わりましたが、人は変わらないからです。今、私たちが願うことも、その時代のあなたと同じです。
ただ「私が私としてあること」のみ。’誰か’の’何か’ではなく。
世の中のすべての * チョヒ(楚姬)に、
蘭雪軒の生涯を借り
書き、歌う。
シム ギュソン(沈揆先)
訳注:*チョヒ(楚姬)…蘭雪軒の本名(許楚姬)
📝 ナンソルホン(蘭雪軒)制作記
幻想小曲集op.3を制作しながら、私はまるで故郷に帰ったような気分を味わいました。
10曲の歌はどれも異なる世界観の「物語」を持っていますが、その物語の中にいる時、現実の苦悩や情緒的麻痺から素敵に解放されることができたからです。書いて歌う私と、この歌をともに完成させてくださるすべての音楽家たち - 特にプロデューサー、パクヒョンジュン@dingmusiq- は、これからお聴かせすることになる音楽によって、あなたを少なからず驚かせるでしょう。私たちは、あなたが物語の中の世界を広く航海し、もっとも深いところまで冒険してほしいと願っています。だから、その歌たちを一度に繰り広げるのでなく、原石を磨くように、繊細に加工し、1年をかけて順に一曲ずつ一曲ずつ、その十指すべてに填めていただこうと考えています。
蘭雪軒の声で歌いますが、同時に世界中のすべての蘭雪軒にこの歌を送ろうと思います。
書くべきだったけれど書けなかった詩と、歌うべきだったけれど歌えなかった歌の重みを知るすべての人々に向き合う物語です。「私が私となる」ということ、「自ら自分自身になる」という夢は、一人の人間の生涯すべてをかけても行き着くことが難しい理想、あるいは幻想だと思われるかも知れません。しかし、現在の私は、私たちがそれをすでに成し遂げても気がついていなかったり、なぜそんなことを願わなければならないのかさえ忘れて生きていたりするという点において、心の中の水面に小さな波紋を起こしたいと思いました。
実存した人物の生きざまを記録した資料とその作品を通して研究し歌とすることは、私にとっても初めての経験でした。初案を書き始める頃には、この歌が耽美的に対象化されたり、単に癒やすことを目的にすることに終わってはならないと確信しました。前述したように、この芸術家が過去のある時代に実際に存在したからです。ちょうど現在の私たちのようにです。未来のある創作家が自分の手段を通して、私の生涯を作品化するのなら、彼が私に見せてほしいと願うくらいの礼儀を、私も彼女に十分に表しようと苦心しました。蘭雪軒が残した芸術と、到底説明できない彼女の早すぎる生涯の終焉に対する弁論としなければならないというアプローチと微力な解釈という意図もありました。
結局、蘭雪軒が残した声の反響として、私が代わりに伝えようと思うのは、抑鬱された時代的背景とその悲劇的な生涯全般に対する憐憫の情ではありません。雪の中でも花の芽を息吹かせようとする寒蘭の心情が、私を通して、あなたに向かって香りを放ってほしいと願っています。
幻想小曲集op.3を飾る一曲目としてこの曲を選んだのは、季節の変化とも深い関係があります。私たちが失いつつある、結局は失ってしまうことになる、その燦爛とした短い一時にたいする献辞でもあります。ちょうど明け方には、初冬のような寒気が、昼には晩秋のような暖気がせめぎ合っているようです。眩いほどに清明な空の下に漂う物寂しさと音符のように落ちていく紅の夕陽の舞いを歌の中にでもうっすらと刻むことができればと願いつつ。
季節と季節の狭間で。
2024.9.25
代わりに歌う者、
シム ギュソン